| 엄마, 안녕!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엄마 떠나고 나서 하늘에서 죽어라 비가 내리 퍼붓더니 요즘 또 장마라 정말 비가 많이 내렸어. 오늘 저녁에도 또 많이 올거라 하네.. 이달엔 제성이랑 나도 각각 엄마 만나고 오고 그저께는 모처럼 아버지, 황서방도 함께 갔다 왔는데 내 맘은 왜 맨날 썰렁한가 모르겠어. 난 늘 혼자인 것만 같네.. 엄마랑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나도 참 바보같지? 엄마가 오랜(?) 시간 내 곁에 있어줘서 내가 참 행복했었어. 엄마의 지극 정성인 사랑받아 행복했구 엄마에게 난 언제나 귀한 딸로 작은 일 하나도 무엇이든 감탄해주고 칭찬해 주는 엄마가 있어서 난 늘 기뻤고 즐거웠었어. 이 나이 되도록 말이지. 그동안 내가 씩씩했던 거 다 엄마 때문이더라구. 지금? 딱이 씩씩해야 할 필요도 못느끼겠고 아무 의욕이 생기질 않네. 내 시간 중에 엄마가 가고 없는 지난 3년은 없었던 것 같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세상은 그대론데 말이지. 아니다. 변하긴 했어. 우리들 모두 세살씩 더 나이 먹었어. 귀 옆쪽의 흰머리가 신경쓰여서 염색해야 하구.. 그 때 고3이었던 선명인 그 다음해 대학생 되고 또 그 다음해 군대가고 올해 지나면 내년 초에 제대해서 복학해야 돼. 난 선명이 군대가고 시간 때울려고 공부했어. 작년에 3학년에 편입했는데 내년 봄엔 끝나. 엄마가 있었으면 분명 무슨 이야기든지 칭찬해 주든지 감탄해 줬을거야. 근데 이제 그래주는 사람이 진짜 없다. 내가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계속 받는데도 딱이 기뻐해 주는 사람도 없고...참 인생 재미가 없어졌어. 엄마랑 날마다 참 많은 이야기들을 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내가 이야기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모두 합치면 하루에 한시간도 안될 걸~ 황서방은 직장 끝나면 집에 와서 저녁먹고 운동하러 갔다가 늦은 밤에 오고, 내가 사람 만날 맘이 안생겨서 나가서 만나지도 않으니 그럴 수 밖에 없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 사람냄새가 그리울 땐 친구들 조금씩은 만나기도 했어. 그러니 엄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근데 엄마! 이젠 생각을 조금 바꿔서 살려고 그래. 오랫동안 엄마를 따라가려고 생각했었거든. 난 그다지 살고 싶은 의욕도 없었고... 가는 방법 연구도 대충 다 끝내긴 했는데 그렇지만 내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어. 사회생활 잘 하고 있는 황서방이랑 성격 밝은 선명이가 나 땜에 지금의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할 일이 아닌 것 같구,그래도 내가 친정인 제성이, 아버지도 그렇구... 올 12월에 기말시험 끝나면 일을 다시 해 볼 생각이야. 솔직히 내 성격에 이렇게 긴 시간 놀았다는게 신기하지. 그런데 할 일이 없으니 몸은 편한데 참 무료해. 엄마도 생각해 봐. 아무도 없이 나혼자 하루종일 책 보다 스마트폰 못 살게 굴다...내가 아무리 몸이 약해도 병이나서 금방 죽지도 않을텐데 그렇게 대책없이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래서는 안될 것 같더라구. 나 지금은 괜찮은지 궁금하지? 11월이면 만 5년 되는거야. 약은 내년 4월까지 먹어야 되지만 지금까지 잘 있는 거 맞아. 엄마도 약 먹는거 싫어했었는데 요즘은 나도 귀찮더라. 그래서 12월 시험 끝나면 일을 알아 볼거야. 할 수 있는 일 쬐끔 보이던 걸. 할 수 있는 일은 여러가지가 있긴 한 것 같은데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일은 쫌 그래..하옇든 그건 나중에 알려줄께. 내가 2년동안 시간 때우려 공부했지만 아마도 그 공부 한 것도 도움이 될거야. 엄마가 있었음 또 나잘났다고 큰 소리 쳤을꺼구 엄마는 기뻐해줬겠지? 그 재미로 살았던 것 같은데... 도대체 내가 지금 무슨 소리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생각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긴 하지만... 진짜 사는게 너무 재미없어. 황서방도 여전히 잘하고 선명이도 여전히 귀엽고 그래도.. 솔직히 아직까지 난 의욕부족이야. 뭘 하고 싶은게 없어. 최소한 생존에 필요한 것만 사고 돈도 쓰기 귀찮고 싫어졌어. 엄마가 꿈에라도 나타나 나보고 열심히 잘 살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데.. 엄마 마음 다 안다고 해도 정말 엄마가 보고 싶고 그립다. 엄마가 이 글 보고 답장 좀 써 주면 안될까? 아님 꿈에라도 나타나서 이야기 해주던지... 너무 수다를 오래 떨었네. 아프지 말고 잘 지내요. 우리들 걱정하지 말고.. 또 소식 전할께요. 나의 엄마 김세분씨! 엄마 딸 애령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