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잘 지내고 있어요? 지난 가을, 화려한 단풍잎 사이로 그 속에 있을 것 같은 엄마를 많이 만나러 다녔는데 벌써 겨울의 초입에 들어섰네요. 우린 이번 주에 김장해요. 4년전 가을에 엄마는 교문리 외삼촌네도 다녀오시고 시골 동창회도 다녀오신 후 이맘 때 또 김장을 담갔지요. 엄마가 가신 후 엄마 물건 정리하면서 동창회 갈 때 끊었던 수덕사행 기차표 지금도 내가 잘 간직하고 있어요. 아무거라도 엄마 흔적을 붙잡아두고 싶어서... 그해 김장하는 날, 난 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고 엄마는 나를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게 하고선 작은 올케랑 둘이 김장을 했었구... 지금 생각하닌까 엄마가 있던 곳은 아무 곳이나 다 빛이 났던 것 같아요. 엄마의 그 빛이 집안을 가득채우고...난 그날도 엄마의 그 빛 속에서 마냥 행복했었지요. 그게 마지막이었네요. 나와 엄마가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한 김장풍경이...돼지고기 목살도 푸짐하게 삶아서 김장 속과 함께 먹으면 돼지고기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 느낌만으로도 참 좋았어요. 부끄럽게도 그때까지 난 김장은 고사하고 김치도 잘 담그질 못했어요. 직장 다닌답시고 엄마가 다 해주셨잖아요. 그해엔 엄마가 해 놓은 김장으로 맛있는 김치를 겨우내 먹었는데 그 다음해 엄마가 갑자기 떠나신 후 난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아이의 대입준비와 김장이라는 숙제까지... 절인 배추사고 인터넷 뒤져서 래시피 얻어내고 간신히 김장이라는 걸 했어요. 이번주 토요일에 엄마없이 하는 4번째 김장을 나와 황서방 둘이서 할꺼에요. 황서방이 워낙 뭐든지 잘하니까 난 엄마 뒤치닥꺼리 정도 하던거 이제 황서방 뒤치닥꺼리 하다보면 김장 끝나요. 둘이서 담그는 김장 풍경 당연 재미없구요. 계속 철 모르고 살았덙 오랜 세월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든 일을 많이 했는지 작은 경험들을 통해서 얻고 있어요. 진작 많이 도와드렸어야 했는데...엄마한테 나름 잘하며 살려고 노력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족한 것 투성이였어요. 미안한 것도 너무 많고... 엄마 말을 좀 더 귀기울여 듣지 않았던 거, 엄마 마음을 좀 더 헤아려드리지 못했던 거, 내가 해주고 싶은 걸 해주가보다 엄마가 진짜로 필요한 걸 해드려야 했었다는 것들 모두요. 다 부질없는 후회인 줄 알지만 그래도 후회돼요. 엄마! 우리가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면... 영원히 사랑해요. 나의 엄마! 엄마가 많이 그리워요.. 또 소식 전할께요. 그곳에 먼저 가신 친지들,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계세요. 2014년 11월 20일 엄마 딸 애령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