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내 아들아. 즐거운 명절이라는 말이 참으로 눈물겹구나.그래도 온 가족이 너를 보러갈 수 있었으니 그게 명절덕인가 보다. 아들아 격식도 엉성하고 메뉴도 엉성하게 네 명절 차례를 지내면서 뼈가 녹는 아픔도 있었다만 어디 엄마가 부딪치는 아픔이 네가 상처받은 아픔에야 비하겠니. 다만 엄마가 바라는 건 이제는 제발 네게 그 어떤 작은 상처도 주고 싶지 않구나. 그럴 수만 있다면 엄마는 어떤 힘겨운 역할도 감수할 수 있다만 그게 이 엄마 혼자의 의지만으로 돼주지 않아 그게 한없이 야속하고도 가슴저리구나. 아들아 제사를 이젠 엄마가 너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으로 생각하련다. 화려한 은촛대 예쁜 향로가 너를 이 엄마에게 불러다주는 요술램프라고... 아들아 네 방에 네 체취 가득한 네 손때묻은 물건들이 한없이 소중하고 귀하구나. 새벽이면 부시시 일어나 물을 먹으러 나오던 너인데 지금은 거기 어디 물을 떠먹을 곳이 있느냐. 사랑하는 내 아들아. 어질러지지 않는 네 방, 쌓여 넘치지 않는 네 쓰레기통, 네 빨래가 하나도 들어있지않은 세탁기, 찌린내가 나지않는 네 화장실, 여기저기 물컵이 널리지 않는 주방, 정리할 것이 없는 거실이 왜 이리도 서러우냐. 엄마가 할 일 없이 편한 게 정말 싫구나. 아들아 도저히 해소될 수 없는 너의 부재를... 이 긴 터널같은 묵지근한 어둠 속 가슴 먹먹한 이 그리움을 어찌해야 할꺼나. 너무도 간절하게 네가 보고 싶고 그립다. 보고싶다 내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 |